
[어]린 시절 누구나 다 우주에 대한 낭만이 있을 것입니다. 저도 중학교 때 '스티븐 호킹의 우주'라는 책을 읽고 가슴이 설렜던 적이 있습니다. 우주에 대한 스티븐 호킹의 인터뷰가 너무 좋아서 몇 번을 다시 읽었습니다. 그 때 천체물리학자가 될까는 고민을 심각하게 했습니다. 그러나 궁극적으로 제게 수학적 연산능력이 부족한 것을 깨닫고 아쉽게 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. 그러나 그 때의 순수한 설레임은 아직까지도 남아,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이 책에 대한 선택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줬습니다.
[이] 책은 제가 본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4번째 책입니다. 신학자이자 화학자 출신인 그는 합리적 논증으로 C.S.루이스의 대를 잇는 최고의 변증학자로 꼽히는 사람입니다. 그러나 제가 그를 좋아하는 것은 이 책에서 나타나듯이 스토리텔링이 탁월한 작가이기 때문입니다.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'내 평생에 가는 길'이나 이 책을 접한다면 그 그 담담하지만 친절한 화법을 쉽게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. 
[사]실 이 책은 우주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는 자연현상과 그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 및 철학에서 '신'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는 책입니다. 굉장히 얇게 보이지만 140p가 넘는 분량이어서 다 읽는데 이틀이 걸렸습니다. 기존의 맥그래스의 책보다는 구성에서 조금 복잡하다는 생각도 듭니다. 자연과학부터, 프레임, 교리, 피안의 세계에 대한 갈망 등 다양한 주제를 연속성 없이 다루기 때문입니다. 그런 면에서 대학시절 선생님들을 따라 나섰던 가을 전통문화답사와 닮아 있습니다. 방문했던 가옥이나 서원은 별 연속성이 없이 지리적 위치로 점 지어졌고 선생님의 설명도 연속성은 없었지만, 순간을 잇던 선생님의 이야기는 맥락이 아닌 감성으로 수용했기 때문이죠. 이 책의 장점은 바로 그런 것입니다.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세계라 생각하는 자연과학에서 발견하는 진리에 대한 목마름과 이에 대한 답을 기독교 전통에서 제시하는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폭넓은 책 읽기가 녹아있어서 편하고 부드럽게 읽을 수 있습니다.
오 나는 험하게 얽혀 있는 땅 위를 미끄러져
유쾌한 웃음소리 같은 은빛 날개를 흔들며 하늘에서 춤추네
손을 내밀어 하나님 얼굴을 어루만지네
[맥]그래스가 소개한 이 시는 2차 세계대전 참전 조종사이기도 한 시인 존 길레스피 마지(John Gillespie Magee)가 지은 것입니다. 이 시는 맥그래스의 책을 읽으면 이런 시나 문학의 일부를 접할 수 있다는 기대를 이번에 충족시킨 부분이기도 합니다. 더불어 제가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하나님의 얼굴을 보다 편안하게 대할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. 흔히 하나님의 얼굴은 빛에 쌓여있어서 우리가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영역으로 묘사(혹은 설명)됐지만, 시인은 이를 가까이서 편안하게 어루만집니다. Intimacy라는 관점에서 제 일상의 공간에 스며 있지 못했던 하나님의 얼굴이, 제가 사랑해온 밤하늘과 해질녘 하늘에 스며 있다는 이 시가 제게는 얼마나 따뜻한지요.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소득이 아닌가 합니다.
고통의 문제에 대해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 혹은 예외라고 쿨하게 인정하는 맥그래스의 태도도, 어쩌면 오늘날 교회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아닌 지 고민하며, 글을 마칩니다.
- 2011/12/13 19:42
- booknote.egloos.com/326305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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